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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G 마케터즈 Workshop/Book Together

90년생이 온다 - 임홍택

90년생이 온다 - 임홍택

 

 

역시 권위에 호소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 듯 합니다. 

 

이전부터 책 제목을 들어보긴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전 직원에게 선물한 책'이라는 문구에 관심이 생겼고, 

저도 당장 팀원으로 "90년생이 왔다"의 상황이 되어버렸기에, 선뜻 구매했습니다. 

 

90년생이 온다 - 임홍택 / 에임투지 AimToG 독서 기록

 

- 연수원에서 2명이 몰래 술을 먹길래, 같은 조 연대책임을 물었더니

  술도 안 먹은 자신이 왜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냐며 교관을 고소하려고 했다. 

 

- 9시 출근은 9시까지 업무 준비를 하라는 말이라고 했다가

  그럼 퇴근 10분전부터 퇴근 준비하면 되나는 말을 들었다. 

 

- 본인에게 주어진 휴가를 다 쓰지 않고, 마치 그것이 더 일을 열심히 한 듯이 

  으스대는 선배들을 볼 때면 얼간이 같이 느껴진다. 

 

90년대생에게는 말 한번 하기도 버거운 느낌입니다. 

당연히 그럴 필요는 없지만, 소위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는 분위기는 아니잖아요. 

물론 80년대생인 저도 그 윗 세대분들이 보시기에 그랬겠죠. 

 

이 책은 90년대생이 어떤 경험을 공유하여 세대간 특징을 나타내게 되었는지 분석하고, 

그들의 특징을 간단함, 병맛, 정직함으로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90년대생이 직원이 되었을 때', '90년대생이 소비자가 되었을 때'로 나눠

각각의 상황에 필요한 우리 세대의 자세를 기술하고 있습니다. 

 

바꿔서 치졸하게 생각해보면, 90년대생들은 윗 세대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려는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물론 80년대생인 저도 그 윗 세대분들이 보시기에 그랬겠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의 공포를 보며 안정성을 추구하게 된 9급 공무원 세대, 

앱 네이티브 세대, 자아실현 욕구가 생리적, 안전의 욕구와 같은 기본적인 단계가 된 세대에게는 

'참여'와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대략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이를 다양한 자료를 통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으며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휴가 사유는 쓰지 마라, 빨리 퇴근해라 말은 하곤 있지만,

내가 하는 말 뿐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가 영향을 주고 있는 건 아닌지... 

내 자신이 그들을 이해하며 진정으로 참여시켜 함께 일해나가고 있는지...

그리고, 정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함께 읽어보고 싶은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은 좋은 책으로, 

임직원이 다 함께 공유하면 좋을 듯 합니다.

 

----- 함께 읽어보기 -----

 

#1. 

"스압으로 다 읽지 못하겠음. 세 줄 요약 바람"

이를 단순히 젊은 90년대생들이 게으르다는 증거라든가, 깊은 내용을 알지 못하는 신세대의 어리석음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기존 출판물의 선형적인 방식에 비해 온라인 게시물은 비선형적 방식이고, 이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이와 같은 요약에 대한 요청이 전혀 무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선형적 읽기 시대에 긴 글을 내려가면서 읽어주는 참을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90년대생은 90년대생끼리만 잘 소통하면 되는 것인가? 위와 같은 것들이 틀리진 않다고 하더라도, 이처럼 짧은 호흡의 읽기나 사고가 소위 마스터피스라고 하는 감수성을 창조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드는 점에서 저도 꼰대가 되버린 듯 합니다. 

 

#2. 

나무위키는 스스로를 오타쿠 관련 정보와 트리비아(하찮고 쓸데없는 것)로 가득 찬 공간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 말처럼 누가 보기에 이곳은 '쓸데없는 곳'이다. 그리고 하위문화와 관련한 정보 외의 것들은 신뢰하지 못할 내용으로 가득하다. 서술 규정 또한 느슨하기 때문에 정보의 편향성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90년대생들은 이 '쓸데없는' 공간인 나무위키를 즐긴다. 그들에게 이 공간은 정보의 곳간인 동시에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유희의 공간이다.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서는 누구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이를 공유하며 재미를 찾는 모습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회학의 기본은, 사회를 인과관계가 있는 과학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공간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정보를 통해 사회를 편향되게 인지할까봐 우려되는 것이 자꾸 또...

 

#3. 

"CEO도 자기 말을 아래까지 도달하게 하고 싶으면 평소에 자신이 한 말을 지켜야 한다. 휴가 마음대로 써도 된다고 했으면 휴가 가고 문제 없어야 하고, 직원들에게 '내 앞에서 담배 피워도 된다'고 했으면 회의하다가도 맞담배 피워도 괜찮아야 한다. 그런 사람에게 '왜 그렇게 눈치가 없어?' 이런 분위기면 안 된다." -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 인터뷰 중

그는 "기업의 신뢰란 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직장 안과 밖에서 내뱉어지는 말들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지켜지지 않을 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90년대생의 자세입니다. 90년대생은 당연시 생각하는 것들을 용감함과 자신감으로 받아들이는 저희 세대의 모습에 말하기 부끄럽고 또 부럽고 그렇네요. 

 

#4. 

조직학의 대가 아미타이 에치오니가 지적했듯 사람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의사결정을 방어적으로 회피하거나 필요 이상의 정보를 수집하며 시간을 끄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의도적인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책임 회피를 위해 꼭 필요한 의사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니 대안을 검토하는 하급자는 보고서를 만들고 회의를 거듭하며 불확실성이 사라지길 기다린다. 상급자도 마찬가지다. 결단이 필요한 순간 보고서의 사소한 오류나 정보 부족을 탓하며 재작업을 지시해 시간을 끈다. 그렇게 돌다리를 두드리던 순간 경쟁사는 이미 그 돌다리를 건너 신제품을 내놓는다. 남은 것은 완벽한, 그러나 이미 쓸모없는 보고서와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씁쓸한 자위뿐이다. 

 

너무 구구절절 옳은 말입니다. 다만 결정을 해야하는 입장도, 보고를 해야하는 입장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이러한 비효율을 줄여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만 서로 공감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5. 

중요한 것은 90년대생들은 숙련공이 되기 전에도 자신의 회사나 팀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길 원하며, 직접 참여를 통해 주목받기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직이 본인을 필요로 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회사 업무에의 참여는 이들에게 일종의 '인정'의 의미이고, 이는 그들의 직무와 회사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의 하나이다. 

 

드라마 '라이브'를 본 적이 있습니다. 지구대에 근무하는 신입 경찰은 매일 주취자를 상대하는 일 말고, 일다운 일, 강력사건을 맡고 싶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성격이 좀 다를 수 있겠나요. 아무튼, 일 다운 일을 하고 싶다는 느낌으로 회사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세대라고 합니다. 기특하다고도 생각되고요. 저는 마케팅 업무의 특성 상 나름 자주 의견을 물어보고 수렴하려고 하는데요. 그들에게 발언권을 주고 참여를 시키는 것으로 상생의 방향을 찾아나갈 수 있을 듯 합니다. 

 

#6. 

90년대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년 보장처럼 신뢰할 수 없는 말이 아니라 경력 개발을 위한 교육과 훈련이다. 이에 따라 기업 관리자들도 '이직'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P&G, 마이크로소프트, 맥킨지, 어니스트&영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직 직원들을 동창생으로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 개인적으로는 생각지 못했던, 신선한 생각입니다. 특히나 좁은 국내 시장에서는 더 유용할 듯 하네요. 

 

#7.

너도나도 고객만족을 넘어서 '고객감동'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던 시기였다. 하지만 90년대생들은 고객만족이나 고객감동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번거로움의 제거'다. 

연구자들은 고객충성도 제고를 위한 새로운 측정 지표로 '고객노력지수'를 제안했다. 이는 '당신이 처한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느냐?'라는 질문의 답을 측정해 관리한다. 번거로움의 제거와 최소화는 누구보다 90년대생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요소다. 

 

사실 이건 90년대생만을 위한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고객을 이해한다면 제시되어야 할 과제일 것입니다. 

 

#8. 

"배달앱은 분명 간편성도 있긴 하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에 배달앱을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배달앱의 가장 큰 특징은 후기를 남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화로 주문을 하면 서비스가 엉망인 경우가 많았죠. 쿠폰을 빼먹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이제는 꼭 후기를 남깁니다. 소비자인 우리의 피드백이 솔직히 반영된다는 것이 앱을 통한 주문의 이유입니다."

90년대생들은 직원으로 일하든 소비자로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든,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신뢰'를 꼽곤 한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한 인형뽑기방은 확률을 조작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솔직함이 이 시대를 버텨나가는 힘이 되어버렸습니다. 

 

#9. 

스스로의 힘으로 불만을 털어놓지도 않고, 물어봐도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지도 않는 90년대생 소비자들에 대한 깊은 이해는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마지막 방식 하나 남아 있다. 바로 관찰 조사다. 

 

관찰을 위해선 그들에게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그들을 이해하고, 또는 그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이 바탕에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