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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의미가.../마케팅 이야기

트렌드 코리아 2014 - 김난도/전미영/이향은/이준영/김서영/최지혜



트렌드 코리아 2014

저자
김난도, 이준영, 이향은, 전미영, 김서영, 최지혜 지음
출판사
미래의창 | 2013-11-18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거대담론이 사라진 ‘스웨그’ 한 사회 2014 대한민국이 당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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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부   2013년 소비트렌드 회고

 

2013년 대한민국 소비자, 어떻게 살았나?

 

트렌드 키워드를 COBRA TWIST로 굳이 프로레슬링에서 사용하는 기술용어를 키워드 슬로건으로 삼은것은 정치 · 경제 · 사회에 걸쳐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때에 강력한 필살기, '코브라 트위스트'로 필승을 거두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 전반에 걸쳐 불안이 증가할수록 소비자들은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해 위기를 타개하곤 했다. 

 

2013년은 지표상으로는 나쁘지 않은 한해였으나 소비자의 체감 경기는 좋지 못했고 전월세 가격의 폭등으로 인한 하우스 푸어의 증가부터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까지 영향을 미쳤다. 남양유업사태로 요약되는 '갑'의 횡포 또한 수면위로 떠올랐으며 이에 분노한 대중과 여론의 공세로 정부도 대책을 쏟아내기 바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갑의 횡포와 양극화, 빈부격차에 대한 불만과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고 연일 사소한 시비가 살인으로 이어지는 등의 뉴스가 끊이질 않았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의 국가별 조사에서 보고된 한국인의 삶의 질은 세계 주요 36개국 중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참을만큼 참아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 극심해진 상대적 박탈감은 결국 자포자기적 분노로 이어져 범죄 이외의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다. 답답한 현실을 망각하려는 듯 2013년의 대중은 더 자극적이고 센 콘텐츠의 열광했다. '19금'문화와 음악계의 큰 이슈였던 힙합 디스전이 바로 그것이다. 

 

City of hysterie 날 선 사람들의 도시

설국처럼 차가와진 대한민국에서는 사소한 문제로 이웃 간에 고성이 오가고, 각종 소송이 난무했다. 날선 분위기는 기업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부 문제 기업의 치부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이면서도 격렬했다. 사회 도처에서 히스테리 지수가 높아지자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여러 대응책도 잇따랐다. 

 

개인이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소비자들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당연히 '보안강화'였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공공부문 뿐 아니라 개인이 설치하는 가정용 혹은 모바일용 보안시장이 급속히 성장했다. 낯선 사람과 대면해야 할 때, 믿을 수 있는 매개체의 도움을 빌리는 '필터링 서비스'가 성장했으며 소비자 개인의 불안을 부추기고, 해결 또한 개인적으로 해야 한다고 설득하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도 했다. 

 

날 선 2013년을 살아낸 개인과 기업, 정부가 마주하고 있는 과제는 무엇일까?

먼저, 개인적 측면에서 관계의 회복에 대한 관심이 급증할 것이다. 사회가 불안해질수록 사람은 결국 사람에게 기댄다. 두 번째로, 날 선 소비자를 대하는 기업들도 '결단력 있는 해법'을 찾아 나설 필요가 있다. 무조건적으로 개개인의 요구를 수용하기보다 일반대중의 선의를 믿고 대처해야 할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분명히 구분하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정부는 최소한의 제도적 안정망 구축에 나설 시점이다. 

 

OTL...Nonsense! 난센스의 시대

이제 상품도 웃겨야 잘 팔리는 시대가 됐다. 현대 마케팅에서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은 하나의 확고한 대세로 자리잡았다. 수많은 상품의 구애 속에서 날이 갈수록 심드렁해지는 소비자를 단순히 구매뿐 아니라 마케팅에까지 참여하게 만들려면 역시 '재미'의 요소를 곁들여야 한다. 2013년 기업들은 굳게 닫혀있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상식과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아이디어를 적극 모색했다. 

 

긴 불황의 그림자에서 사람들은 감각적 경험을 원한다. 돈도 없는데 괜히 멋있는 척하는 제품은 부담스럽다. 차라리 각박한 세상에서 나를 한 번 웃겨라도 줄 수 있다면 그게 더 낫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대한민국 소비자의 구매가치가 합리적이고 실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측면을 지적할 수 있다. 이젠 기존의 틀을 깨고 전혀 다른 각도에서 생각을 펴는 존재가 더욱 대접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제는 창의적 발상을 바탕으로 한 획기적인 난센스 제품개발과 마케팅을 차별화 요소의 핵심으로 만들어야 한다.

 

Bravo, Scandimom '스칸디맘'이 몰려온다

2013년,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된 육아서적 『프랑스 아이처럼』은 스칸디맘들의 새로운 육아지침서로 떠올랐다. 엄마가 아기에게 맞추려 하지 말고 아기를 엄마에게 맞추라는 이 당당한 제언이 한국의 젊은 엄마들을 움직였다. 달라진 육아방식처럼 스칸디맘들은 교육철학 역시 자신들이 받아온 억압적인 교육방법을 답습하지 않았다. 유대하고 소통하며 잘하는 것을 발견해주는 '조력자'의 역할에 더 공감했다. 내가 원하는 자녀의 모습이 아니라 자녀가 원하는 행복한 모습을 잘 이끌어주자는 것이다. 

 

'스칸디맘'과 더불어 '스칸디대디', 즉 새로이 주목받고 있는 아빠의 역할 또한 강조된 한 해였다. 2013년 상반기에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는 아빠들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62.4%가 '친구 같은 아빠'를 더 이상적인 아버지상으로 여긴다고 한다. 푸근한 어머니처럼 아버지도 다정다감한 존재이길 원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부성코드란 사회적 분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2013년 스칸디맘 열풍에는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경쟁지향적인 교육관과 생활철학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것이 하나의 가능성이지만, 반면 삶의 조화를 중시하는 북유럽적인 철학보다는 해당 지역의 브랜드 제품을 무조건적으로 추종하는 소비적인 모습으로 표출됐다는 사실은 우려할 만한 그늘이었다. 새로운 엄마세대인 스칸디맘의 등장이 의미하는 또 하나의 시사점은 우리가 특정 세대를 바라볼 때 보다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스칸디맘과 같은 특정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녀들이 향유했던 시대의 가치를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Redefined ownership 소유냐 향유냐

이제 향유는 지금까지의 '소유지향적인 소비 패러다임', 즉 끊임없이 소유할 것을 늘리기 위해 일하고, 그렇게 모은 것을 관리하느라 스트레스를 더하곤 했던 소유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한 적극적인 대안이 됐다. 소비자들은 더하고 모을수록 행복하다는 허상 대신 빼고 나누는 과정 속에서 진정한 소비의 행복을 찾기 시작하고 있다. 

 

소유하지 않고 모두가 더불어 잘사는 향유경제 시대의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소비자와 기업이 유념해야 할 될 것은 무엇일까?

첫째, 개인 간의 '신뢰'는 공유경제의 근간이다. 공유경제에서는 개인의 '평판'이 신뢰의 척도이다. '평판'은 앞으로 재화를 거래하는 공유경제 시장에서 제2의 화폐가치를 지닐 만큼 중요해질 것이다.

둘째, 공유경제의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무엇보다 "공동 소유물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인 인식개선을 유도하고, 합리적 문화 확산의 기틀을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향유경제 시대의 핵심과제가 될 것이다.

셋째, 창조적 발상은 향유경제를 이끄는 키워드다. 

 

신뢰를 구축하고 도덕적 해이를 극복하는 협력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한, 향유경제는 이상주의자들의 염원에 불과할 것이다. 이제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실천'이 필요한 순간이다.

 

Alone with lounging 나홀로 라운징

타인의 시선에 유독 민감하고 공동체 문화에 익숙한 우리나라에서 눈에 띄게 영역을 넓히고 있는 '나홀로 라운징'. 어쩌면 2013년 '나홀로 라운징'은 자기위안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나홀로 라운징'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트렌드 변화의 거울이나 동력이기도 한 대중매체들도 라운징을 소개로 한 프로그램을 앞다퉈 기획했다. 솔로파워의 강세는 나홀로 라운징의 질적 변화를 이끌었다. 싱글족의 편의를 돕는 서비스는 일상생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생활심부름 서비스업체의 성장이 눈에 띈다. 

 

나홀로 라운징은 갈수록 개별화하는 사회인구학적 추세 속에서 스스로 위안받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감기하는 키덜트족에게 장난감 수집은 각박한 경쟁사회에서 버티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또 하나의 대응방식이다. 

 

'나홀로 라운징'은 개인의 활동 반경을 높여주고 1인 경제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현대 사회의 부실한 인간관계를 반영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함께 가지고 있다. 혼자가 된 상황에 수동적으로 순응하기보다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적극 개척해나가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의지가 일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사람들은 혼자임을 즐기더라도 고립은 원하지 않는다. 여기에 '나홀로 라운징' 키워드의 미래가 담겨있다.

 

Taste your Life out 미각의 제국

2013년 미각의 제국, 대한민국에서 '먹는 것 구경하기'열풍은 자연스럽게 '먹거리 직접 만들어 보기'열풍으로 번져나갔다. 특히 주방에 얼씬거리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남자들이 앞치마를 두르기 시작한 것은 가장 놀라운 변화였다. 

 

전통적으로 한국은 소비에서 타인의 시선이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경험보다 소유를 중시하는 경향이 높았다. 그러나 한국소비자들이 특정 아이템을 '소유'하기 보다는 즐거운 감각을 '경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점에서 이렇게 갑자기 불기 시작한 미각열풍을 어느정도 해석할 수 있다. 두번째 시각은 갈수록 개인화하는 사회구조의 그늘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시 말해서 인터넷과 TV의 먹방이 하나의 '가상식탁'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채로운 경험과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감각들이 결합된 공감각적 미각 체험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Whenever U want 시즌의 상실

적절성의 개념은 상대적이다. 계절에 딱 맞춘 시즌이 오히려 제약조건으로 여겨질 만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감성적이고 충동적으로 움직이는 소비자들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그들으 마음을 읽고 시간을 점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때 사면 좋은 것, 그때 하면 재밌는 것들을 그때가 아닐 때 사면 더 좋은 것, 그때가 아닐 때 해야 더 재밌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예측이 어려울 만큼 변덕스러워진 기후변화는 이제 시즌리스를 가속화시키는 장본인이다. 소비자들의 행동이 시즌을 따르지 않고 점점 더 수시화 · 상시화 되어 가고 있는 오늘날 언제, 어디서 어떠한 수요가 창출될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시즌의 상실 트렌드는 기업들의 민첩성을 점검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It's detox time 디톡스가 필요한 시간

디톡스 트렌드는 크게 물리적 디톡스와 정신적 디톡스로 나뉜다. 물리적 디톡스에 대한 요구가 계속되는 가운데 2013년은 정신적 디톡스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즉각적인 만족과 쾌락을 추구하는 도파민적 사회로의 이행 추세가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도파민 호르몬 대신 느리고 조용한 행복을 추구하는 세로토닌적 삶으로의 방향전환을 위해서는 해독과 정화가 꼭 필요하다. 앞으로 디톡스 트렌드는 물리적 측면에서의 독소 해독과 배출을 위한 디톡스를 넘어 정신적 측면의 디지털 중독 · 약물 중독 · 행동 중독 등의 부정적 요소들을 해소하고 정화하기 위한 범사회적 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개인과 기업 · 정부 모두 중독의 일상화를 경계하고 해독의 생활화를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Surviving burn-out society 소진사회

과도한 경쟁이 필연적인 성과급제는 야근을 부추겼고, 연이은 야근은 체력소진으로, 체력소진은 다시 의욕상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속에서 직장인들은 직무소진으로 고통받고 있다. 직무소진은 크게 '정서적 소진' '비인간화' '개인적 성취감 저하'라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정서적 소진이 긴장 · 불안 · 우울 등 만성적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라면, 비인간화는 고객 또는 직장동료 등 업무 관계로 마주치는 사람들을 마치 사물처럼 냉담하게 대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그 결과 개인이 느끼는 성취감은 점점 바닥을 향하게 되고 이러한 직무소진은 조직이나 산업 전체의 생산성 저하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과사용증후군'이라는 생소한 의학용어가 등장했다. 말 그대로 신체를 과하게 사용한 바람에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나는 증상을 말하는 것으로, 얼마전까지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만성피로증후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사회의 소진성이 날로 높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임금인상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노동환경 안정일 것이다. 

 

소진사회적 성향은 성숙한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잠시 나타나는 트렌드일 뿐, 결코 지속되어서는 안되는 현상이다. 모든 것을 불사르는 열정이 그저 소모되어 없어지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사회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부드러운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Trouble is welcomed 적절한 불편

과잉친절은 해당 직원에게도 곤욕스러운 일이지만 소비자에게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적절한 불편'이 소구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하나부터 열까지 사소한 불편도 충족시켜 주는 과잉친절의 시대에 소비자에게 적절한 불편을 안겨주는 것은 또 다른 생존전략이다. 어딘가 부족해 보이고 무심하지만 나를 기다리게 만드는 전략은 소비자가 스스로 제품이나 브랜드를 찾아오도록 이끈다. 

 

흔히 사람들은 가능한 한 편리한 것을 선호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자신의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 결과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기성품에 익숙한 대량생산 · 대량소비 시대에 적절한 불편은 소비자에게 즐거움이나 불경기를 타파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적절함'에 있다. 앞으로 '절적한 불편'을 통해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고 싶은 기업이라면 '어디까지가 적절한 것인가'와 '불편을 감수할 만큼 제품에 자신이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고민이 선행된 기업만이 편리함을 내려놓고 참여의 즐거움을 찾아 떠나는 소비자의 발길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제 2부   2014년 소비트렌드 전망

 

2014년의 전반적 전망

 

2014년 한국 경제는 2013년과 비슷하거나 미세한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로존의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불안감이 잔존한다. 태국 · 인도 · 브라질의 신흥국 역시 금융불안에 시달리고 있고, 믿었던 중국마저 기존 목표보다 성장률이 하향조정되었다. 대외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소식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한 대외환경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기는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정치권의 최대 이슈는 6월 4일 지방선거다. 지역기초단체장과 시 · 군의원의 4년 임기를 결정짓는 선거이다. 행정적으로는 먼저 총 3단계에 걸친 세종시 이전이 2014년 완료된다. 2013년 말부터 2014년 말까지 총 16개 국책연구기관이 신청사로 이전을 완료하면, 세종시는 총 37개 기관이 이동한 역사상 가장 큰 신도시로 기록된다. 

 

2014년 10월, 정보통신분야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권회의'가 부산에서 개최된다. 193개국에서 3천여 명의 대표단이 모여 ICT 생태계를 좌우할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회의다. 특히 20년 만에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행사인 만큼 한국이 IT 중심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Dear, got swag? 참을 수 없는 '스웨그'의 가벼움

스웨그는 한마디로 '멋지다' '뻐기다'라는 느낌을 표현한다고 보면 된다. 명사이자 형용사이고 그 자체로 감탄사가 되기도 한다. 이전에는 '쿨'이라는 단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스웨그는 여기서 더 업그레이드 되어 '정형화되지 않은 자기 고유의 멋과 느낌을 표현하는 현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문제는 일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던 스웨그한 현상들이 어느덧 한국 사회의 대세로 스멀스멀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피로감이 높은 사회에서는 이같은 스웨그 문화가 쉽게 용인되며 이런 흐름을 타고 '가벼움의 철학'이 빠른 속도로 확산된다. 사회가 극단적으로 경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스웨그의 문화적 특성은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자기모순이 있을지언정 스스로 만족하면 되는 멋. 둘째 본능적인 자유로움, 셋째 기성의 것과의 선긋기. 지나치리만큼 경박한 말과 행동이 넘쳐나고, 페이크패션과 스냅백이 열풍을 일으키며, 말장난과 희화화가 만연하고, 디스전과 섹스코미디가 인기를 얻는 작금의 우리 사회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로 스웨그만한 것이 없다. 

 

스웨그의 영역은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점차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부분의 스웨거는 10~20대지만 스웨그는 결코 이들만의 트렌드가 아니다. 100세 시대로 접어들며 점차 주관적인 삶을 추구하는 중년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남의 눈치나 기존의 고정관념보다는 자기만족과 생활의 혁신을 즐기기 위한 스웨깅이 세대 간 벽을 넘어 퍼져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너무 경박하다고 고개를 돌리거나 눈살을 찌푸릴 것이 아니라 이제 가벼움의 철학과 미학에 대해 곰니해야 할 시점이다. 대중들이 먼저 느끼고 소비해버리는 '가벼움의 철학'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소비자들의 '진짜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을 열어줄 것이다. 스웨그 트렌드는 예측하기 힘든 경영환경에서 유연한 자세를 갖추고 단순 · 명쾌하게 기회를 잡으라는 메시지다. 2014년 '가벼움'의 힘은 중력보다 더 세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Answer is in you body 몸이 답이다

21세기는 새로운 문명병의 시대다. 물질문명의 발달은 편리와 풍요를 선사했지만 혀내인의 삶은 더 각박해지고 단조로워졌다. 이성적 논리 구조는 촘촘하게 진화하지만 몸은 오히려 퇴화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컴퓨터 앞에 가만히 앉아 손가락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 쓰지 않는 기계에 녹이 슬듯 인류의 신체도 한없이 약해지고 있다. 

 

치료제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 기기를 통한 움직임이 아닌 육체를 이용한 움직임이다. '몸이 답이다'는 갈수록 기계화 · 정보화 · 정신노동화하는 현대사회의 육체적 무력감 속에서,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본질적 가치를 회복하고 지적 노동과 육체적 노동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트렌드를 말한다. 몸으로 회복을 추구하는 이들은 달리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치유하고 물리적 결과물로 성취감을 느낀다. 

 

사람들은 왜 몸을 움직이고 땀을 내는 노동에 가치를 두기 시작했을까?

첫째, 복잡한기술과 논리, 합리성과 이성적 사고의 남용이 현대인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사람들은 복잡한 그물망에서 벗어나, 보다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가치의 회복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잔뜩 진장된 도시의 삶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기에 시원에 대한 욕망을 몸을 통해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둘째, 성취한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심리 때문이다. 그리고 셋째, 관계회복의 욕구 때문이다. 단절된 관계에서 오는 고립감을 해소시켜 주는 방안의 하나가 바로 몸이다. 언어로 하는 소통이 어색한 우리는 이제 몸으로 대화를 나눈다. 쓰면 쓸수록 닳기보다 특유의 가치를 더해 주는 것, 이것이 바로 무궁무진한 몸짓의 힘이다.  

 

'몸이 답이다'는 그 어떤 정신적인 위로도 답을 찾지 못한 현대인들의 갑갑증을 해결해줄 수 있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몸으로의 회귀'는 각종 문명병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치료법이다. 원래부터 우리는 몸을 쓰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몸 · 육체 · 노동 · 땀, 이것들이 주는 가치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

 

Read between the ultra-niches 초니치, 틈새의 틈새를 찾아라

초니치란 사전적으로는 틈새를 가리키는 단어 '니치'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가 소비자들에 의해 잘게 쪼개지고 부스러져 생겨나는 매우 작고 협소하지만 명확하고 특출한 시장을 뜻한다. 기존의 '니치'가 소수를 이용해 시장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면 '초니치'는 소수를 존중하며 시장형성보다 관계 형성에 초점을 둔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작지만 소비자의 마음을 읽기 위해 원투원마케팅, 줌인마케팅, 관계마케팅 등 다양한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다.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불황형 소비자들의 틈새 속에서 기업은 타깃시장과 소비자를 정확하게 파악해 아주 미세한 시장까지 정밀타격을 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소비시장이 얼어붙을수록 기업의 초니치 초읽기가 절실해지는 이유다. 니치에서 초니치로 시장이 이행한다는 사실은 단순히 시장이 쪼개지는 양적 변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성격이 바뀌는 질적 변화를 동반한다. 초니치 시장에서 기업과 고객은 한 공급자와 다중 소비자와의 '집단적'관계가 아니라, 한 공급자와 한 소비자 간의 '개별적'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고객은 거대 기업의 제품 하나를 사는 것이 아니라, 작은 가게의 단골이 된다고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객의 인식 변화에 발맞추려면, 고객과의 '관계 형성'이 관건이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마켓셰어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객의 일상에 어떠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가 하는 '고객셰어'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게 된다. 이런 관계에서 고객은 단순한 판매의 대상이 아니라, 기업의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갖는다.

 

소비 시장의 보이지 않는 틈을 꿰뚫어보기 위해서는 현미경, 망원경, 그리고 만화경이 필요하다.

현미경 기법은 기존에 존재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먼저 크게 확대해서 자세히 들여다본 다음 잘게 세분화해 초니치 마켓을 찾아내는 전략이다. 두 번째는 망원경 기법으로, 시야에서 벗어난 소비자의 니즈나, 한때는 뜨거웠지만 포화되거나 사양화되면서 멀어진 니즈를 다시 한번 당겨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을 말한다. 이를 줌인 마케팅이라고도 한다. 세 번째 전략인 만화경 기법은 소비자 니즈에 대한 역발상과 재발견을 통해 초니치 시장을 새롭게 창출하려는 전략을 말한다. 

 

과거 데이터베이트 마케팅처럼 고객의 정보를 그저 수치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고객의 데이터는 고객의 관심사를 담고 있다. 데이터를 취급하는 것이 곧 고객의 관심을 얻는 것이라 여기고 섬세하게 다가가 더 날카롭게 분석해야 한다. 고객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세밀함과 장기적인 호흡으로 다가서야 한다.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서비스디자인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다. 기업은 물론 학교와 병원, 정부까지 효과적인 경험창출을 위한 터치포인트, 즉 고객과의 접점 확보에 눈을 뜨고 있다. 

 

Kiddie 40s '어른아이' 40대

이전 중년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결별을 선언한 신세대 중년 남성들이 늘고 있다. X세대로 불리며 1990년대 한국 사회에 젊은 에너지를 불어넣었던 주역(1966~1974)들이 어느새 마흔 줄에 들어선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표출하지 못한 욕망과 본능을 소년의 감성으로 분출하는 '어른아이'들이다. 이들의 되살아난 놀이본능은 생활스포츠 분야에 활력을 주는 것은 물론 장난감 · 로봇 · 피규어 등 키덜트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백화점에서는 남성에 대한 대접이 달라지고 있다. 한때 '백화점의 가장 큰 적은 남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성과 백화점은 상극이었다. 하지만 변화된 세대에게 쇼핑은 더 이상 곤욕스러운 일이 아니다. 백화점뿐만 아니라 남성들만의 놀이터 같은 다양한 형태의 남성전용 쇼핑공간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중년 남성들만을 위한 노래교실과 미용실도 등장했다. 이처럼 남자들의 심리를 세밀히 파악해 배려하는 전용 공간들이 늘면서 얼어붙었던 중년 남성들의 소비심리도 눈 녹듯 녹아내리고 있다. 

 

변화의 파도타기에 능숙한 40대들은 문화 영역의 중심축이자 젊은층과 장년츠을 이어주는 가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강력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소비시장과 문화계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위 세대로부터 '철없는 마흔'이라 불리는 21세기형 중년, 이런바 '어른아이 40대'가 기성 시장에 부드러운 반역을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트렌드가 바뀌어서 40대의 특성도 변했다"고 파악해서는 안된다. 대한민국처럼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에서는 어느 시대에 태어났느냐에 따라, 마치 다른 나라 사람처럼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갖게 된다. 다시 말해 산업화가 화두이던 50년대생, 민주화를 갈구하던 60년대생, 소비에 눈뜨기 시작한 70년대생, 국제화와 개성을 지향하는 80년대생들은 저마다 매우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자라났으며 이러한 가치관은 그들이 특정한 세대에 진입하더라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시대효과'라고 부를 수 있다. 특정의 경험(특히 연령)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합체를 '코호트'라고 하는데, 이 코호트에 따라 집단의 특성이 달라진다고 해서 시대효과를 일종의 '코호트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4-대는 시대의 변혁 속에서 늘 기술 혁신의 중심에 있었다. 40대는 변화를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가장 빠르게 적응해온 세대이다. 격정적인 20대와 역동적인 30대를 지나 이제는 '거울 앞에 선' 40대들은 이제 또 다른 변혁을 기다리고 있다. 2014년, 아이처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변화하는 자신의 일상을 두리번거리는 40대 어른아이들의 시선을 주목하라.

 

Hybrid Patchworks 하이브리드 패치워크

패치워크란 각양각색의 헝겊 조각을 잇댄 세공, 혹은 쓰다 남은 자투리들을 이어 붙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 자체로는 빛나지 않는 것들이 씨실 · 날실처럼 얽히고설치며 '멋있고 독창적인 것'으로 탄생하는 작업이다.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은 어제오늘의 현상이 아니지만, 이제 동종과 이종의 경계를 넘어 더욱 기발하고 혁신적인 '손잡기'가 나오고 있다. 바로 '하이브리드 패치워크'이다. '하이브리드 패치워크'는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산업 간 교차라고 할 수 있다. 더 새로운 것을, 더 빠르게 제공해 주길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기업은 영역의 담을 기꺼이 허물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어제의 적과 손을 잡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2014년 기업들은 

① 기존의 제품 · 서비스에 변형을 다하지 않은 채 단지 '배치'를 달리하거나 (병렬형 패치워크 :크로스오버 or 믹스앤드매치)

② 다양한 산업 간 특성을 하나의 제품 · 서비스로 '결합'하거나 (결합형 패치워크 : 컨버전스)

③ 각 영역의 특성이 마구 뒤섞인 '잡종' 제품을 선보임으로써 (교배형 패치워크 : 하이브리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협업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패치워크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기업 · 업종 · 산업 사이에 서로 넘나듦이 있어야 하며, 둘째 신제품 · 신서비스 · 새로운 홍보방식 등 여러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마지막으로 패치워크를 통해서 소비자들이 '익숙하지만 낯선'효익을 제공받아야 한다. 

 

현대를 일컬어 '통섭의 시대'라고 한다. 소비자가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자 학문이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만 고집하기보다는 여러 학문이 서로 융합하는 학제적 접근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산업도 마찬가지다. 동종 · 이종 산업과 다양한 종류의 패치워크 전략을 시도함으로써 새로운 시도를 통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소비자가 직면한 문제 상황을 '재미있고 신선한' 방법으로 해결해줄 수 있어야 한다. 

 

Organize your platform '판'을 펼쳐라

혼자 다 하려 하지 말고, '판'을 펼쳐라. 그러면 사람들이 몰려와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다. 소비자 · 기업 · 정부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제안하는 '판의 경제'가 열린다. 판의 경제는 '집객'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판 위에서 예상치 못했던 수익과 시너지가 발생하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것이 소위 '판 1.0'시대의 경제학이다. 이제 그 판이 진화하고 있다. 이렇게 한데 모인 자원은 '스스로 판을 만들며'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기업과 정부는 그저 판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는 스스로 그 판을 채워나간다. 판 1.0시대에는 기업과 정부가 판의 관리자가 되어 자신들이 기회한 대로 소비자가 움직이도록 판을 짰다면, 판 2.0 시대의 '열리는 판'에서는 관리자의 역할이 훨씬 더 유동적이다. 이들은 그저 판을 깔아주기만할 뿐, 그 판을 채우고 만들어가는 것은 바로 소비자다. 모임을 개최하고 싶은 사람이 주제를 던지며 일정과 장소를 정하면, 관심있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여들어 새로운 판을 구성한다. 처음에는 단지 식사를 함께 하는 데 목적을 두었던 소셜다이닝이 이제는 '기획자들의 모임' '사회초년생 모임'처럼 자발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소셜모임으로 거듭나고 있다.

 

소비자의 능동적인 참여에서 출발해 신규산업이 탄생하는 요람으로까지 성장한 '판의 경제'는 2014년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소비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다. 향후 판이 우리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판이 생성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자율적 참여'와 창의적 변용 가능성'을 유지해야 한다. 21세기는 소비자의 시대다. 판의 탄생은 소비자의 능동성의 증대에서 비롯됐다. 2014년 새로운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원동력으로서 '판의 경제학'을 주목하라.

 

Reboot everything 해석의 재해석

강박적으로 새로운 것에 열광하던 한국시장에, 익숙한 것을 낯선 시각으로 재해석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이미 "익숙한 것에 약간의 낯섦을 더하는" '해석의 재해석' 키워드는, 최첨단의 기술을 '익숙하게' 만들거나, 익숙한 가치를 '신선하게' 바꾸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재해석 트렌드는 크게 세 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다. 

 

먼저 기술이 주도하는 하이테크 산업은 물론이고, 식품 · 출판 · 대중문화 등 최신 기술의 영향이 적은 산업에서도 과거의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시간의 재해석'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다. 둘째로, 익숙한 제품을 완전히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용도의 재해석'은 새로운 비즈니스 탄생을 예고한다. 마지막으로, 서로 공존하기 어려운 역설적인 가치가 혼재하는 '사고의 재해석'은 소비자가 기업에게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사회가 직면한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작은 실마리가 되고 있다. 

 

2014년 '해석의 재해석'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가시적인 혁신 없이도 새로움을 경험하게 만드는 가장 손쉬운 혁신전략이다. 시간, 용도, 고정관념을 다르게 재해석해 가장 익숙한 것으로부터 제법 신선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급격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저성장시대, 새로운 기술 혁신이라는 모험이 갈수록 부담스러워지고 있다. 새로움이 한계를 만날 때, 기존의 생각에 에지를 더해 새로움을 재가공하는 '해석의 재해석' 트렌드는 가장 적합한 생존전략이 될 것이다.

 

Surprise me, guys! 예정된 우연

뻔한 스토리, 흔한 마케팅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이제 특별한 환상을 원한다. 다시 말해서 소비자들은 무작위한 상황이 제공하는 우연한 즐거움을 찾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예측불가능성이 제공하는 스릴로부터 소비의 즐거움을 찾고, 우연한 상황을 통해 짜릿함을 경험하길 원한다. 실현 가능한 '예정된 우연' 속에서 재미를 찾으려는 것이다.  

 

이런 예정된 우연을 원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럭키백 열풍이 심상치 않다. 럭키백이란 가방에 상품을 무작위로 담아 일정한 금액에 판매하는 이벤트로, 일본의 복주머니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3만 원의 애플 럭키백은 고가의 노트북인 맥북부터 아이패드 미니 등 애플의 다양한 제품들을 거머쥘 수 있는 행운권과도 같았다. 가방을 열어 보기 전에는 어떤 제품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지만 최소 3만 원어치의 제품이 들어있고 운만 좋으면 고가의 제품을 갖게 될 수도 있어 고객 입장에서는 손해볼 일이 없는 이벤트인 셈이다.

 

소비자들은 리스크 없는 '안전한 위험' 혹은 '평온한 긴장'이라는 매우 역설적인 상황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왜 리스크를 꺼리면서도 우연의 행운을 기다리는 것일까? 첫번째 가능한 설명은 그것이 소비자의 의사결정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휴리스틱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화해서 문제해결에 드는 노력을 줄이기 위한 대안이다. 두 번째로는 무겁게 가라앉은 사회 · 경제적 상황 속에서 우연은 그 자체로 삶의 재미와 자극이 된다는 점이다. 기대할 것이 없는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서 우연은 말 그대로 배팅의 즐거움, 혹은 특별한 이벤트가 되기도 한다.  

 

예정된 우연을 만드는 세 가지 기술은 아래와 같다.

첫째, 중박 이상의 안전마진을 보장하라.

둘째, 기습적으로 프러포즈하라.

셋째, 감성적 충동을 자극하라.

 

예정된 우연이 소비자에게 들키지 않고 제대로 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먼저 탄탄한 시나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예정된 우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잘 짜인 기획이 핵심이다. 그렇다고 소비자를 기망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전문가의 안목을 활용해 소비자의 '안전마진'을 확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소비자들이 아무리 예정된 우연을 좇는다고 해도 '전문가'라는 개인적인 브랜드가 제공하는 신뢰감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안전마진이 확보된 상품에 긴장감과 짜릿함, 그리고 감동을 더해 탄탄한 시나리오를 구성하라!" 

 

Eyes on you, eyes on me 관음의 시대, '스몰브라더스'의 역습

'빅브라더'가 지배하든 세상에서 '스몰브라더스(small brothers : 다수의 작은 감시자들)'가 편재한 세상이 오고 있다. 보이지 않는 눈들이 도처에서 서로가 서로를 지켜본다.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첨단 정보기술은 정보노출이라는 양날의 칼이 되어 우리를 공격한다. 인터넷 빅브라더의 눈이 전방위적 · 무차별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훔쳐보고, 나아가 '내 손안의 감시'가 현실화되면서 빅브라더보다 더 집요한 작은 감시자들이 활개치고 있다.

 

'관음의 시대, 스몰브라더스의 역습' 키워드는 갈수록 발달하는 개인용 정보기기의 발달에 따라 빅브라더가 일방적으로 다수를 감시하는 사회를 지나 스몰브라더스들이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사회로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트렌드를 지칭한다. 다시 말해서 소수의 빅브라더가 원형감옥 위에서 다수의 죄수들을 상시적으로 감시하는 파놉티콘이 그대로 존재하는 것에 더해 다수가 소수를, 또 다수가 다수를 상호간에 일상적으로 감시하는 시놉티콘이 추가된 만인에 의한, 만인의 감시 사회가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알리고,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미포머나 텔올제너레이션은 온라인상에서 자기를 노출하려는 사람들을 잘 설명해주는 신조어이다. 이들은 타인의 일상을 엿보는 것만큼 누군가가 자신의 일상을 바라봐주기를 바란다. 응시의 주체와 응시의 대상이 수시로 자리바꿈하며 또 다른 사회적 관음의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토록 자기를 과시하며 다른 이들의 주목과 시선의 대상이 되고 싶어 할까? 첫 번째 원인으로는 파편화되고 해체되어 가는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구축하고 싶은 심리를 들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온라인 세상이 인정투쟁의 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댓글에서 블로그, SNS까지 온라이 세상에 떠나니는 개인의 사적인 글 속에는 온통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승인을 받고 싶은 욕망이 드러난다. 이처럼 자신의 존재를 타인의 시선이라는 거울에 비추어 구축하려는 일종의 거울자아심리는 개인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더욱 증폭되고 있다.

 

사회가 건강하지 못할 때 무궁무진한 정보의 바다는 편리함보다는 오히려 무기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그에 대한 공적 · 사적 대응 역시 필연적인 과제로 대두된다. 먼저 범람하는 개인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른바 '잊힐 권리'가 보편화 될 것이다. 개방형 SNS들의 부작용이 속속 수면위로 떠오르며 그 대안으로 폐쇄형 SNS들이 주목 받고 있다. 스몰브라더스의 약진은 마케팅 방향에도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일반인 · 현장감 · 사실성을 강조하며 리얼리티에 의존하는 광고도 늘어나고 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관음이 본격화된 시대, 방심은 금물이다.  

   

Say it straight 직구로 말해요

2014년 '직구로 말해요' 키워드는 직설화법이 문화적 코드로 자리 잡고 있는 사회적 현상을 말한다. 직구는 위계질서에 갇힌 수직적 소통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과 '수평적 소통'으로 나아가는 사회적 흐름의 일면이다. 때때로 공격적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일방적인 권력행사와 부당한 횡포를 허무는 수평적 사회로의 진입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직구적 표현은 첬째, 에둘러 설명하지 않고 최대한 알아듣기 쉽게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공감형 직구' 들째, 디스문화나 비교광고처럼 대놓고 상대의 결점이나 약점을 들추어 내는 '비방형 직구' 셋째, 권력자의 횡포나 부당함을 낱낱이 공개하는 '폭로형 직구'의 형태로 전달되고 있다. 믿음을 주고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호감도를 높여야 한다. 2014년의 직구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이 있지만 다소 공격적이고 선정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직구가 긍정적인 소통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을 취해야 할까?

 

먼저 공감형 직구에서는 허세와 거품을 빼고 진솔함과 편안함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있는 척 · 잘난 척 · 예쁜 척 · 비싼 척 하지 말고 제품 속성 그대로를 솔직하게 전달해야 한다. 비방형 직구에서는 비호감의 이미지가 제품, 더 나아가 기업 전체의 위기감을 조성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모든 결정에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관계'이다. 순간의 호감 · 비호감의 정도는 제품의 선택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한번 굳어버린 이미지는 쉽게 돌이킬 수 없다. 비교는 가장 강력한 설득수단이지만, 호감을 유지하는 선엔서 비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폭로형 직구는 마녀사냥으로 흐를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과 방법의 균형이다. 개인의 의식있는 판단과 언행만이 진정한 소통을 이끌 수 있고, 그것이 바로 호감형 직구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돌직구가 난무하는 사회에서 기업이 홈런을 날리기 위해서는 '불쾌함'보다는 '통쾌함'을 전하는 메시지를 찾아야 한다. 소비자에게 솔직하면서도 호감을 형성할 수 있는 직구의 기술이 필요한 때이다.